세르비아(Serbia)를 아시나요? 코소보 사태로 신문 국제면에 자주 등장했던 동유럽 국가이지만, 오디오 업계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예전 에디슨과 쌍벽을 이뤘던 과학자 니콜라이 테슬라가 바로 이 세르비아 출신이라고 합니다. 302회 하이파이클럽 시청회는 세르비아에서 건너온 진공관 앰프와 스피커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오리스 오디오(Auris Audio)의 Fortino 88 인티앰프와 Poison 8 스피커는 그 꼼꼼한 설계와 단단한 사운드로 세르비아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리스 오디오와 제품 라인업

오리스 오디오는 세르비아 크랄레보(Kraljevo) 태생의 엔지니어 밀로미르 트로시치(Milomir Trosic)가 2013년에 설립한 오디오 제작사입니다. 오리스(Auris)는 라틴어로 '귀'를 뜻한다고 하네요. 밀로미르 트로시치는 1987년 스피커 제작사인 모바일 사운드, 2005년 데이터 전송 기술 상용화 회사인 HCP 컴퍼니를 설립 운영해왔으며, 오리스 오디오는 HCP 컴퍼니의 자회사로 출범했습니다. 이런 연유로 앰프와 스피커 디자인은 밀로미르 트로시치, 디지털 파트는 HCP 컴퍼니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라인업은 진공관 앰프와 헤드폰 앰프, DAC, 스피커를 망라합니다. 진공관 앰프는 푸시풀 구동의 인티앰프가 많지만 모노블록 파워앰프와 싱글엔디드 인티앰프도 있습니다. 진공관 앰프 라인업부터 살펴봤습니다.

Forte 150 : 모노블록 파워앰프, 클래스AB, KT150 푸시풀, 150W 출력

Fortissimo : 인티앰프, 클래스AB, KT120 푸시풀, 100W 출력

Fortino 6550 : 인티앰프, 클래스AB, 6550 푸시풀, 50W 출력

Fortino 88 : 인티앰프, 클래스AB, KT88 푸시풀, 70W 출력

Allegro : 인티앰프, 클래스AB, EL84 푸시풀, 13W 출력

Adagio 2A3 : 인티앰프, 클래스A, 2A3 싱글엔디드, 4W 출력

Adagio 300B : 인티앰프, 클래스A, 300B 싱글엔디드, 8W 출력

스피커는 Poison(포이즌) 시리즈가 포진했는데, 1, 2가 스탠드마운트, 3, 4, 8, 88이 플로어스탠딩입니다.

Poison 1 : 스탠드마운트, 3웨이, 4옴, 86dB, 35Hz~22kHz

Poison 2 : 스탠드마운트, 2웨이, 8옴, 92dB, 35Hz~20kHz

Poison 3 : 플로어스탠딩, 3웨이, 4옴, 86dB, 28Hz~22kHz

Poison 4 : 플로어스탠딩, 3웨이, 8옴, 91dB, 20Hz~30kHz

Poison 8 : 플로어스탠딩, 4웨이, 8옴, 91dB

Poison 88 : 플로어스탠딩, 4웨이, 4옴, 93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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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na Krall - A Case Of You

Live In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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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브랜드 소개에 이어 우선 음악부터 들어봤습니다. 세르비아에서 건너온 진공관 인티앰프와 스피커가 어떤 소리를 들려줄지 자못 궁금했습니다. 소스기기는 웨이버사 시스템즈의 W DAC3C DAC을 활용했습니다. 곡이 시작되자 피아노 페달과 건반을 누르는 압력이 생생히 느껴져 두 조합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앰프와 스피커 모두 나무를 아낌없이 두른 외관 때문인지, 소리에서 잘 마른 나무 냄새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다이애나 크롤의 고음은 선명하고, 관객의 마른 기침 소리도 또렷하게 들립니다. KT88 진공관 특유의 선 굵은 음, 심지가 단단한 음도 도드라졌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아주 미음 계열이거나 나긋나긋한 촉감을 선사하는 앰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스피커는 의외로 스트레이트한 성향과 배음과 저역 에너지가 풍성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Auris Fortino 88 : 전원부 분리형 KT88 인티앰프

첫 곡을 들은 후 본격적으로 제품을 살펴봤습니다. 포티노 88 앰프도 그렇고, 포이즌 88 스피커도 그렇고, 오리스 오디오 제품은 외관부터 시선을 잡아끕니다. 호두나무 원목과 가죽을 아낌없이 둘렀고, 트랜스 케이스라든가 진공관 및 유저 보호 그릴, 전면이 슬림한 스피커 디자인 등 곳곳에 심미적인 요소가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외관만 보면 한 30년 이상 된 제작사로 여겨질 정도입니다. 이게 다 1987년부터 스피커를 만들어온 설립자의 내공이 깃든 덕분이겠지요.

포티노 88은 오리스 오디오 앰프 중 유일하게 전원부를 분리시킨 인티앰프입니다. 프리앰프나 포노앰프에서 전원부를 분리시키는 경우는 꽤 있지만, 인티앰프에서 별도 전원부를 마련한 것은 꽤 드문 일입니다. 물론 전원부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 노이즈와 기계 진동으로부터 증폭 신호를 보호하기 위한 설계이지요. 포티노 88의 경우 본체 증폭부/컨트롤부와 전원부가 가운데 가죽을 사이에 두고 위아래에 원목 플레이트가 덧붙여진 패밀리 룩이어서 보는 눈맛을 좋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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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 상판에는 출력관인 KT88이 좌우 채널에 2개씩 총 4개가 장착됐고, 그 앞에는 초단관 ECC83(12AX7)이 2개, 드라이브관 ECC99가 2개 꽂혀 있습니다. 결국 쌍3극관 12AX7(전압 증폭률 100)에서 전압 증폭과 위상반전이 이뤄지고, 역시 쌍3극관인 ECC99(내부저항 2.3k옴, 전류 증폭률 9.5mA/V)의 내부 3극관 2개가 출력관 KT88을 각각 하나씩 드라이브하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KT88은 푸시풀 구동을 통해 70W 출력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인터페이스를 살펴보면 각 출력관 바이어스를 미터 창을 보며 포텐션미터로 조절할 수 있고, 후면에는 언밸런스(RCA) 입력단 4조가 마련돼 있습니다. 본체 전면에는 왼쪽부터 바이어스 조절용 출력관 선택 노브(V1~V4), 가운데에 볼륨 노브, 오른쪽에 입력 선택 노브(L1~L4)가 있습니다. 전원부 전면 패널에는 전원 온 오프 노브만 있습니다. 스피커 커넥터는 채널별로 그라운드, 4옴, 8옴 등 3개가 마련됐습니다.

Paavo Jarvi, Deutsche Kammerphilharmonie Bremen

Symphony No.4 - II. Adagio

Beethoven Symphonies Nos.4&7

음수가 많고 마이크로 디테일이 잘 살아 있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다이애나 크롤의 보컬 곡에서는 그냥 넘어갔지만, 이 곡에서는 진공관 특유의 온기와 배음이 잘 느껴지고, 인티앰프임에도 무대가 좁거나 갑갑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네요. 전체적으로 포티노 88이 KT88의 색채를 잘 튜닝했다는 인상이 듭니다. 이 곡을 듣는 내내 편안한 기분이 들고 음들 사이의 이음매가 매끄럽게 느껴진 것도 기존 KT88의 다소 억세고 투박한 소릿결이 상당히 완화된 덕분이라고 보입니다. 포이즌 8 스피커로 시선을 돌려보면 고음 특성이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것 같습니다. 맺고 끊는 모습이 분명한 점도 마음에 드네요.

Dave Weckl - Heads Up

Heads Up

이 곡은 강력한 드럼 연주가 돋보이는데, 오리스 두 앰프와 스피커가 그 파워와 에너지감을 제대로 전해줍니다. 특히 스피커를 통해 쏟아지는 음들의 기세와 스피드가 거의 솔리드 앰프를 듣는 것 같습니다. 예쁜 음이기보다는 스트레이트한 음, 조심스럽게 나오는 음이라기보다는 시원시원하게 쑥쑥 튀쳐나오는 음입니다. 재생음 어디에도 그늘이 없지만 그렇다고 밝다는 느낌도 없습니다. 오히려 다크한 음색에 가깝습니다. 특히 이 곡은 볼륨을 3시까지 높여 들었는데도 험이 전혀 뜨지 않아 오리스 앰프의 높은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밖에 풋워크가 굼뜨지 않고 경쾌한 점, 저역의 무게감과 양감에서 모자란 느낌이 없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스피커 역시 해상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Auris Poison 8 : 리본 트위터,

앰비언트 트위터를 포함한 3웨이 설계

​포이즌 8 스피커도 세심한 설계 디자인이 베어 있습니다. 일단 포이즌 8 스피커는 3웨이, 4유닛, 베이스 리플렉스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로, 진공관 앰프를 만드는 제작사에서 나온 스피커답게 공칭 임피던스 8옴, 감도 91dB로 소출력 구동이 가능한 스펙을 보입니다. 실제로 이 스피커의 핸들링 앰프 출력은 10~100W에 달합니다. 주파수 응답 특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크로스오버는 250Hz, 3.5kHz에서 이뤄집니다. 미드레인지의 커버 범위가 무척 넓습니다.

​유닛 구성을 살펴보면 맨 위에 이탈리아 업체가 만든 미드레인지 유닛, 그 아래에 중국 파운텍(Fountek)에서 만든 리본 트위터가 박혀 있고, 오른쪽 측면에는 스페인 베이마(Beyma)에서 만든 8인치 우퍼가 장착됐습니다. 후면에는 아주 작은 크기의 앰비언트용 트위터가 상단에 박혀 있고,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인클로저 밑바닥에 큼지막하게 나 있습니다. WBT 싱글 와이어링 스피커 커넥터는 후면 하단에 있는데, 둘레에 모델 명인 '8'이 씌어진 점이 눈길을 끕니다.

​포이즌 8에는 유저가 건드려볼 만한 스위치가 후면에 마련됐습니다. 바로 3D 스위치라는 것인데, 이를 온(on) 시키면 후면의 앰비언트 트위터가 작동을 함으로써 음의 확산성과 공간감을 크게 향상시켜준다고 합니다. 이 같은 3D 스위치의 제 실력 발휘를 위해 제작사에서는 스피커가 최소한 옆벽과 뒷벽에서 600mm, 800mm(권장은 1000mm, 800mm) 떨어뜨려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 인클로저는 가죽(블랙, 화이트)과 원목으로 마감됐습니다. 개당 무게는 30kg을 보입니다.

김광석 -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다시 부르기 II

잔향과 울림이 풍부한 음입니다. 음의 윤곽선에 색 번짐이 없으며 음 자체는 앙상하다는 느낌 없이 온기가 가득합니다. 기타의 저역은 굵고 깊게 떨어지네요. 포이즌 8이 전면 배플이 몹시 좁고 미드레인지 유닛이 작은 스피커인데도, 전체적인 볼륨감은 의외로 넉넉한 편입니다. 측면 8인치 우퍼가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이 곡 역시 볼륨을 3시까지 높여 들었는데, 앰프나 스피커가 힘들어한다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Arthur Grumiaux, Riccardo Castagnone 'Chaccone'(Arthur Grumiaux Riccardo Castag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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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의 고역이 막힘없이 쭉쭉 뻗는 것은 역시 포이즌 8의 리본 트위터 덕분으로 보입니다. 당장이라도 바이올린 현이 끊어질 듯한 이 곡 특유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가득 배어 나옵니다. 눈을 감고 들으니 마치 실제 바이올린이 시청실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피아노의 여린 반주음이 잘 들리는 것은 앰프와 스피커 모두 플로어 노이즈 관리를 잘 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포이즌 8 스피커가 빚어내는 무대와 음상, 그리고 절절한 호소력에는 흠잡을 구석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살아있는 생물처럼 음을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Maria Callas - Carmen: L'amour Est Un Oiseau Rebelle

Pure Maria Callas

음수가 많은 곡인데도 혼탁해지는 구석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스피커의 분해능과 3D 이미지메이킹 능력이 그야말로 괄목상대할 정도입니다. 스피커에 관한 한 오리스 오디오의 내공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음의 이탈감이 좋아 음들이 시원시원하게 유닛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이 곡이 끝나자 시청회에 참석한 한 회원분은 "스피커의 표현력이 좋다"라고 감탄해 마지않았습니다. 맞습니다. 이번 포티노 88과 포이즌 8은 실구매가 1500만 원에서 들여놓을 수 있는, 음악성이 상당한 시스템이라 할 만합니다.

Bill Evans Trio - Waltz For Debby

Waltz For Debby

카페 라이브 녹음답게 칼과 나이프가 접시에 부딪히는 소리, 관객이 뭐라 쑥덕쑥덕 떠드는 소리가 잘 들립니다. 베이스 소리는 거의 대형기처럼 들리네요. 앰프는 섬세함과 힘을 동시에 갖춘 듯합니다. 피아노의 음은 맑고 투명하며, 드럼은 넓은 무대를 완전히 휘젓고 다닙니다. 한편 이 곡에서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앰프와 스피커 모두 자기 색채나 주장이 없지만, 묘한 질감이 있어서 모니터 계열을 원하는 유저라면 신중히 청음을 한 후 결정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 들은 마리아 빌(Maria Bill)의 'Padam Padam'에서 끝까지 틀어놓은 수도꼭지처럼 음들의 콸콸 쏟아져 나왔고,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의 'Non Je Ne Regrette Rien'의 금관에서는 그야말로 광채가 났습니다.

Nils Lofgren 'Keith Don't Go'(Acoustic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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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길이는 약간 짧은 듯하지만 음끝이 살아있고 무엇보다 음의 촉감이 딱딱하지 않은 점이 돋보입니다. 확실히 포티노 88은 KT88 진공관의 고집이나 색채를 많이 휘발시킨 인티앰프임이 확실합니다. 디테일과 배음이 잘 살아난 것은 그만큼 이 앰프의 출력 트랜스와 전원부가 상질의 것이라는 증거일 것입니다.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Get Lucky'에서는 70W 출력 앰프가 맞나 싶을 만큼 다이내믹스가 작렬합니다. 포티노 88이 전원부를 분리한 것이야말로 오리스 오디오 입장에서는 신의 한 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청회를 마무리하며

처음 오리스 오디오의 포티노 88과 포이즌 8을 접했을 때만 해도, 호두나무와 가죽 마감을 통해 외관에만 신경을 쓴 제품인 줄 알았습니다. 인티앰프의 경우, 전원부를 분리한 것은 독특했지만 KT88을 푸시풀 구동해 70W를 얻는 증폭 설계는 너무나 평범해 보였습니다. 스피커 역시 미드레인지 유닛이 너무나 작아 제대로 중역대를 낼 수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청회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연이어 들어보면서 이러한 선입견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금세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포티노 88과 포이즌 88 두 조합은 통일된 패밀리 룩도 근사하지만 들려준 소리는 더욱 근사했습니다. 시청회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